저유가와 에너지 시장의 재편, 누가 승자가 될까? 

지난 몇 년 사이 에너지산업은 큰 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북미 지역의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의 생산이 급격히 늘어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3년 사이 미국은 셰일혁명을 통해 원유 생산량을 증대시킴으로서 세계에너지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실제로 1980년대 이후 이렇게 세계적으로 공급량이 증대된 일은 없었다. 불과 수개월전까지 배럴당 100달러였던 유가가 1월 22일 47.78 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오일 시장의 승자와 패자가 누구일까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자원을 둘러싼 에너지 패권 경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라도 지정학적 관점에서 에너지 시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계속되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석유수요는 국제에너지기구가 예상수준을 훨씬 하회했다. 25년 만에 경제성장률 최저치를 기록한 중국의 경기둔화도 한몫 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OPEC 산유국들은 일일 석유 생산량을 2백만 배럴 이상 늘리고 있다. OPEC의 압둘라 엘 바드리 OEC 사무총장은 “우리가 석유 가격을 올리기 위해 석유 생산량을 줄였다면 비OPEC 산유국들이 줄어든 공급량 늘려 이를 대체했을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볼 것이다” 라고 OPEC의 입장을 밝혔다. 가격지지보다는 시장점유율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IEA 수석 이코노미스트 파티 비롤(Fatih Birol)은 “오늘날 자동차 시장에서 신차 네대 중 세 대가 고연비 차량이다”며 유가 하락의 다른 이유를 에너지 효율개선으로 설명했다. 또한 그는 에너지 효율성은 이제 경제구조적 이슈로 세계가 앞다투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데 주력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석유소비 감소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유가하락에 에너지생산시설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미래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IEA 최근 분석 자료를 통해 2015년 한 해 동안 석유와 가스에 대한 투자가 15%는 축소될 것이며 이러한 현상은 향후 2-3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석유 생산량은 하루 천만 배럴까지 늘려야 하며 앞으로 수년간 미국과 중동지역 국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비롤은 또 러시아의 석유수출 수입이 1천5백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러시아 받을 경제적 손실에 대해 설명했다.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러시아 부총리 “Don’t call us losers!”라는 다소 강한 어투로 소리치듯 반론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유가 하락이 결과적으로 러시아 석유산업분야의 비용절감 및 체질개선을 불러올 것이라며 높은 유가보다는 가격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배럴당 70~80 달러선을 유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유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드보르코비치 총리는 또한 이 자리에서 “러시아는 앞으로 시장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옮겨 주력할 예정이며 이미 중국에 오일과 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에도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21세기 가장 중요한 에너지 자원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리투아니아의 대통령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Dalia Grybauskaite)는 리투아니아가 그 동안 러시아 가즈프롬의 가스 공급에 100% 의존해 왔던 현실에서 탈피하기 위해 '인디펜던스’라고 명명된 리투아니아의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건설했으며, 리투아니아가 유럽 평균가의 30%나 비싼 가격에 가스를 수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발트 3개국 역시 셰일가스 혁명을 통한 변화와 새로운 LNG 터미널이 액화 천연가스 수입 통로 구실을 해 이러한 러시아의 에너지 독점 공급 구조에서 독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업체 사우디 아람코의 칼리드 알팔리(Khalid A. Al Falih) CEO는 사우디 아라비아는 “저유가 흐름을 기회로 삼아 가스분야 투자를 확대하는 등 수출품목 다각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셰일가스 혁명에 대해 언급하며 “미국의 셰일혁명은 역으로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이미 비전통석유 개발에 대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고 아람코도 이미 개발사업에도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알팔리 CEO는 “에너지 업계는 지속적으로 생산 증대를 위한 기술과 혁신을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하며, 기후변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 역시 지속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현지 국영 에너지기업인 Eni사 클라우디오 데스칼지(Claudio Descalzi) 사장은 “유가사이클은 계속해서 순환하는 것이지 저유가현상이 고착화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가격변동에 대응해 OPEC가 생산량을 축소하는 등의 지나친 반응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저유가는 오히려 석유 수요를 반드시 다시 증대시킬 것”이라고 전망하며 “유가가 빨리 안정화 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가 함께 무너지게 된다”며 OPEC이 석유 시장의 중앙은행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전통에너지 생산 본격화로 에너지시장은 춘추전국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석유시장에서의 저유가 현상은 늘 우리 같은 에너지수입국의 긴장의 끈을 놓게 만들었던 것이 역사적 현실이다. 자칫하면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등 그 동안의 에너지자립 노력들이 일순간에 수포로 돌아가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우리의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세워나가야 할지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