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안정과 국가간 협력이 경제를 좌우한다.

‘글로벌 10대 리스크’ 중 1위로 선정된 ‘지정학적 갈등’은 여러 세션에 걸쳐 정·제계 리더 및 전문가들의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특히 2013년 말 촉발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이슈는 단연 화두였다. 서방 국가들의 강력한 경제제재와 유가?루블화 폭락 위기에 직면한 러시아의 운명에 대한 논의가 펼쳐졌으며, 약 5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크라이나 분쟁과 관련, 러시아의 책임을 촉구하는 페트로 포로셴코(Petro Poroshenko)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감정적 연설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었다. 세션에 참가한 미국의 싱크탱크 ‘아틀란틱 카운슬’의 회장 프레드릭 켐프(Frederick Kempe)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슈는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직면한 글로벌 시스템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효과적인 해답도 제시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켐프 회장은 이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민족주의와 테러, 그리고 흔들리는 유럽연합(EU) 시스템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최근 프랑스에서 발생한 테러 이후, 프랑스 하원에서는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 확대를 표결에 부쳐 찬성 481명, 반대 1명이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냈으며, 추가 테러를 염려한 유럽 내 국경 통제도 강화되고 있다. 한편, 프랑스 내 이슬람 보복사건이 급증하며 테러 이후 2주동안 반 이슬람 사건의 발생 수는 작년 한 해 일어난 사건 수와 맞먹는다고 한다.

아프리카 지역도 에볼라 창궐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테러진압에 힘을 쏟고 있다. 파리에서 테러가 발생한 날, 나이지리아에서도 급진 무장단체 보코 하람의 무차별적 테러 행각으로 인해 2,30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존 칩먼 군제전략 연구소장이 전했다. 대륙 내 테러 사태는 조직범죄, 정부의 부정부패와 더불어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성장과 투자 유치를 가로막는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반면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10개 국가 중 6개국이 아프리카에 있으며, 휴대전화 및 모바일 뱅킹 등 빠르게 도약하고 있는 산업에 대한 투자 기회 등 긍정적인 측면 또한 공존하고 있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지역은 다소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 분쟁이 가장 많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에 있어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핵문제에 대한 이견을 뒤로하고 무역분야에서 상호 협력한다면 ‘거대 경제 단위’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 또한 제시됐다. 이와 더불어 포럼 기간 중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Abdullah bin Abdulaziz Al Saud)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며 후계자 문제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에 긴장감을 더해졌다.

사이버 안보에 대한 논의도 뒤를 이었다. 사이버 범죄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은 날로 약화되고 있으며,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사이버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나흘간에 걸친 다보스 포럼이 막을 내리며 일각에서는 ‘세계경제포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정치나 지정학적 이슈에 대한 논의가 두드러졌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정학적 갈등은 글로벌 경제의 주된 위험요인으로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세계경제 성장을 위해서 반드시 논의 되어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