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과 정치안정은 동전의 양면

‘새로운 세계 상황(The New Global Context)’을 주제로 열렸던 다보스 포럼이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 속에 막을 내렸다. 작년 포럼 당시 경제 낙관론이 주류를 이루었던 것에 반해 올해 포럼에서는 세계경제 전망에 대한 각국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으며, 유럽의 양적완화, 중국 경제개혁, 지정학적 위기, 소득 불균형 문제가 가장 큰 경제적 이슈로 떠올랐다.

역시나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바로 유럽의 양적완화 정책이다. 유럽중앙은행이 다보스 포럼 기간 중 국채 매입 등을 통해 매월 600억 유로의 자금을 시중에 공급하는 전면적 양적완화 계획을 발표한 것은 유로존 경제를 회복시키는데 분명 필요한 처방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이 침체된 경제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통화정책은 경기 부양의 보완적 역할을 할 뿐 국가적 차원의 구조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UC 버클리 대학 하스 경영대학의 로라 타이슨(Laura D’Andrea Tyson) 교수는 미국의 양적완화 사례를 들며 양적완화가 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정부 구조개혁에 대한 압박을 덜어줄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가마다 필요한 개혁의 종류는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일자리창출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노동법은 기존 노동자들에 대한 과잉 보호로 청년들이 구직시장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게 가로막는 경향이 있다. 해고가 어려운 특유의 경직된 노동법이 청년실업률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이번 포럼은 양적완화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개혁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6년 만에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리커창 중국 총리의 연설도 주목을 받았다. 리커창 총리는 중국 정부가 채무, 금융 분야 리스크를 사전에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중국 내 지역적, 시스템적 금융 위기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으며, 포럼 참석자들 또한 중국이 경제위기 발발시에도 잘 대처해 나갈 것이라는 것에 동의 했다. 한국무역협회 한덕수 회장도 중국이 막대한 외환 보유고를 비롯,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재정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최대 글로벌 리스크로 꼽혔던 지정학적 위기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프랑수아 올랑드(Francois Hollande) 프랑스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국가안보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반대로 국가가 시민의 안위를 책임지기 위해선 경제적 능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아랍국가가 직면한 높은 청년 실업률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소득 불균형 문제에 대해서도 다뤄졌다. 심각한 소득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신흥국 여성들을 위한 교육지원이 매우 필요하다는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았다. 전 세계 근로자의 절반가량은 기본 생계비에 못 미치는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고, 여성의 경우 그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여성을 위한 교육이 확대된다면 이 같은 상황도 점차 개선되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올 해 연두교서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며 “Go Try it”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어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어려운 현실을 반증하는 동시에 그래도 희망을 가지자는 의미일 것이다.

현재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던 이번 다보스 포럼은 어느 포럼과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세계 각 분야의 지도자가 대책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의 관심과 주의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제는 진부해진 표현이긴 하지만 “Think Globally, Act Locally”라는 표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