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현상이 에너지전환의 발목을 잡을 것인가?

2016년 또는 향후 수년 안에 현재의 저유가 현상이 역전될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파리 합의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효율 향상과 재생에너지 시설 확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막 첫날인 20일 Daniel Yergin의 사회로 열린 "에너지의 전환 (The Transformation of Energy)" 세션에서 IEA 이코노미스트인 Fatih Birol은 “2016년에도 유가 하락 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로서는 유가 인상을 초래할 어떠한 징후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저유가 현상의 장기화 전망을 내놓았다. Birol은 “이에 따라 최근 수년간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 효율 향상과 재생에너지시설 생산과 보급 확대 열풍이 다소 식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산업분야 CEO들은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Eric Xin Luo 중국 Shunfeng International Clean Energy CEO는 “지난 2~3년간 태양광 패널 가격이 70%가량 떨어진 반면 효율은 더욱 개선됐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기술혁신과 원가절감을 통해 점차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고, 중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가장 중요한 정책적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생산과 보급 확대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의 경우, 대기 환경 개선이 이제는 환경문제를 떠나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정책 우선순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좀 더 힘을 실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저유가 현상과 재정적자 등의 이유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인센티브 또는 보조금 지원이 줄어드는 데 대해 패널들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지 않고 있는 국가들이 많이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보조금의 몇 배에 달하는 현재의 상황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자인 Yergin이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질문하자 Birol은 “저유가 현상에 따라 국가별, 산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지만 세계경제가 그나마 이 정도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데는 저유가 현상이 상당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유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 1년 6개월가량 지났지만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성장률은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고, 오히려 파리 기후변화 합의로 더욱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