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에서 심각한 내분 드러낸 OPEC

장기화되고 있는 저유가 현상에 대해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산유국들이 심각한 재정수입 감소, 무역적자, 화폐가치 하락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산유국들이 다보스에서 생산량 감축 문제를 높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21일 다보스에서 열린 “새 에너지 방정식 (The new energy equation)” 세션에서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이며 OPEC 의장인 Ibe Emmanuel Kachikwu는 “일부 석유 수출국들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들 만큼 상황이 나빠졌다. OPEC과 비 OPEC 산유국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생산량 감축과 관련해 진지하게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halid Al-Falih 사우디 아람코 CEO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단기적인 가격 조정에는 관심이 없으며, 에너지 자원의 장기적인 가치를 지키고 유지하는 데 전략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 고 생산량 감축을 통한 인위적인 가격지지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장 지배적인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요청하는 다른 패널들의 주문에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의 구조적인 불균형을 바로잡는 역할을 떠맡을 의사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OPEC은 생산량 감축을 통한 가격지지 정책에 반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UAE 등 4개국과 생산량 감축을 지지하는 알제리, 베네수엘라, 앙골라, 에티오피아 등 9개국으로 나누어져 설립 후 가장 심각한 수준의 내분을 겪고 있다. 생산량 감축을 반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OPEC이 생산량을 감축할 경우, 미국과 러시아 등 비 OPEC국들이 생산량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높이게 되고, 감축에 참가한 국가들이 시장 지배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이 세션에 패널로 참석한 Ilham Aliyev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OPEC국가들의 설전을 보다 못해 “요즘은 OPEC이 회의를 할 때마다 유가가 더 떨어지니 차라리 회의를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가시 있는 농담으로 패널과 청중들의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한편, 유가 전망에 대해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이란과 미국의 생산량이 올해 유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지적하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저유가 현상이 지속되지만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에는 다소나마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또한, 패널로 참석한 다니엘 예긴 IHS부회장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화석연료 분야 투자 예정 금액의 40%인 1조 8천억 달러가 투자 연기 또는 취소됐다” 며 저유가 현상의 장기화로 에너지 개발 및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장기수급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