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문제에 압도된 유럽

유럽의 난민 공포가 극에 달했다. 22일 열린 “전환기의 유럽(Europe at a Tipping Point)" 세션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유럽 난민 문제를 다루는 데 썼다. 그리스의 EU 이탈, 경제침체 등 다른 당면한 문제들은 거론조차 되지 못 했을 정도로 난민 문제에 압도된 것처럼 보였다.

다보스포럼 개막전에 발표된 2016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에서 향후 18개월 내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리스크로 “대규모의 난민 발생”이 첫 손에 꼽힌 분위기와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1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유럽으로 유입됐다. 매일 2천 명이 넘는 난민이 유럽의 국경을 넘은 것이다. 유럽에서는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난민 발생 상황이다. 문제는 올해에는 난민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난민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는 IS가 거점으로 삼고 있는 시리아이며, 전체 발생 난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코소보, 이라크 등 내전 또는 정치적 불안이 극심한 국가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대규모 난민 유입이 가져온 가장 큰 공포는 ‘테러의 유입’이다. 난민들과 함께 이슬람 극단 주의자 등도 함께 유입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이미 심각한 테러 공포가 난민 유입 확대와 함께 전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다.

난민 유입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 국가들의 공동 대응 기조도 상당히 금이 가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난민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EU 국가들의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 대부분 의견을 모으고 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국경을 봉쇄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이는 문제를 이웃 국가에 떠넘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난민 문제가 당장은 풀기 힘든 숙제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축복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경제 장관은 “만약, 난민들을 잘 융화시키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면 그들은 우수한 국가자산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 출산으로 인해 인구 불균형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의 왜곡된 인구 균형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유럽 국가들처럼 복지정책이 뛰어난 국가들일수록 난민을 받아들이는 비용이 커진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많은 난민은 복지예산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계에 따르면 젊은 난민이 이주국에서 직장을 잡아 동화되기까지 무려 7년이나 걸린다.

세션의 말미에 유럽의 이 같은 난민에 대한 공포는 사실 이웃 중동 국가에 비하면 엄살에 가깝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시리아 난민의 95%가 터키,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이집트 등 이웃 국가에 머물고 있으며, 유럽으로 유입되는 비율은 5%에도 불과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