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와 부패 척결의 상관 관계

17일인 다보스포럼 첫날 마련된 ‘부패의 종식(Ending Corruption)’ 세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탈세와 부패를 막기 위해 화폐개혁에 나선 것처럼 미국도 달러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패널로 참석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단계적으로 실물 화폐를 없애고 디지털 경제로 전환한다면, 그 결과로 얻는 이익이 전환에 드는 비용보다 훨씬 막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Source: REUTERS

스티글리츠 교수는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논의 중인 주요 이슈 중 하나가 글로벌화로 인한 불평등과 국제 금융 시장의 투명성 부족이라고 이야기하면서, 현재의 국제 금융 체제는 부패와 탈세, 조세 회피를 돕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이 부정부패 종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나라 중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단계적인 실물 화폐 유통 금지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부정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Source: Global Research

실물 화폐 축소를 주장한 것은 스티글리츠 교수만이 아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케네스로고프는 약 20여 년 간 현금 사용 규모가 커지면서 지하 경제도 함께 성장했다면서, 일반 대중과 기업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 은폐가 쉬운 고액권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 화폐 개혁이 진행 중인 인도에서도 500루피와 1,000루피 고액권의 사용을 금지했고, 호주도 100달러 권을 폐지하고 싶어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실제 발행된 5만원 권의 발행매수에 비해 시중에 유통되는 비중은 절반에 불과하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오는 등 고액권이 그림자 경제의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들의 주장처럼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게 되면, 화폐의 발행과 유통, 폐기 등에 소요되는 비용의 절감은 물론 돈의 추적이 쉬워져 투명성이 높아지고 부패가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스웨덴은 대부분의 상점과 대중교통에서는 현금 사용이 불가능하고, 은행에서도 현금을 취급하지 않는 곳이 늘어나는 등 ‘현금 없는 사회’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금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첫 단계로 ‘동전 없는 사회’ 도입이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선결되어야 할 과제도 많다. 화폐의 추적이 가능해지면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외부 침입에 대비해 사이버 보안도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다. 또한 전세계 모든 금융권이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화가 세수 손실 감소와 화폐 비용 절감으로 계층간 불평등 완화와 통합적이고 균형적인 성장을 이끌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