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때문에 우리나라 미세먼지가 심해졌을까

Source: REUTERS/Dado Ruvic

2018년이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연초부터 정치 사회적으로 다양한 이슈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국내외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이슈는 아마도 ‘가상통화(암호화폐)’가 아닌가 한다. 가상통화 열풍과 함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규제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이미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규제 논란과는 별개로, 가상통화가 드리우는 또 하나의 매우 중대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서서히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바로 가상통화 채굴과 거래에 따른 막대한 전력 소비문제이다. 더구나 중국이 가상통화 채굴의 중심지 역할을 하다 보니 가상화폐 때문에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다는 색다른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가상통화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고 있는 디지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채굴을 포함해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를 위한 글로벌 연간 전력 소비 추정량이 42 TWh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덴마크나 뉴질랜드의 연간 전력 소비량보다 많을 정도여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각국의 뼈를 깎는 노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특히 현재 비트코인 채굴의 약 80%가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중국 발전량 60% 이상이 석탄발전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중국발 미세먼지와 가상통화의 열풍이 전혀 연관성 없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통화는 채굴뿐만 아니라 거래에서도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디지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한번 거래되는데 소모되는 전력량은 약 345 KWh로 이는 미국 기준으로 11가구 이상의 가정이 온종일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가상통화가 전기를 많이 소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태생적 구조에 있다. 비트코인의 경우 10분마다 모든 거래를 분산된 장부에 기록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보안을 위해 분산화된 수많은 컴퓨터가 암호를 풀고 기록을 지속해서 검증하도록 채굴을 유도해야만 블록체인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다. 하나의 중앙시스템이 아닌 수많은 분산화된 컴퓨터에 기록되어야 하므로 엄청난 양의 전기가 소모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상통화의 과도한 전력 소비가 지나친 우려라는 반론도 있다. 하드웨어의 에너지 효율이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가상통화로 인한 전기 사용량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향후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증가하면 가상통화의 막대한 전기 사용에 따른 환경적 부작용이 해결 가능하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하드웨어의 에너지 효율 증대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증가하는 속도가 가상통화로 인해 폭발적으로 늘어날 에너지 수요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또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해도 가상통화로 인한 엄청난 에너지 수요가 태양광 패널의 생산과 폐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여 결국 환경적 피해로 이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가상통화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다른 의견도 있다. 비트코인이 채용하고 있는 매커니즘인 ‘작업 증명(PoW; Proof of Work)’ 방식을 새로운 ‘자산 증명(PoS; Proof of Stake)’이나 ‘소각 증명(PoB; Proof of Burn)’ 등의 형태로 바꾸면 에너지 소비가 크게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롭게 등장하는 가상통화의 경우 PoS나 PoB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비트코인보다 에너지 소비가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증명 매커니즘이 바뀐다고 해도 분산화된 수많은 컴퓨터에 기록되어야 하는 가상통화의 특성상 일반 화폐 거래보다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다.

많은 양의 전기 사용에 따른 환경적 부작용은 가상통화만의 문제는 아니다. 데이터 스토리지 관련 소식을 전하는 스토리지서버스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구글의 데이터 센터들의 전기 사용량이 20만 가구가 사는 미국의 소규모 도시와 맞먹었다고 한다. 전기차와 스마트 그리드의 보급, IoT 및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산업의 등장 등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전기 사용량이 엄청나게 증감할 것임은 자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적 파괴를 줄이면서 증감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새로운 에너지원과 이를 활용할 새로운 기술적 돌파구를 찾는 것은 매우 시급한 문제다. 이는 정부뿐만 아니라 에너지 분야에 몸담은 모든 사람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풀어야 할 숙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