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ization 4.0의 명암

Source: Project Syndicate

금세기 2차례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는 세계대전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협력’을 택했다.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국제연합 (United Nations: UN)이라는 기구가 창설되었고, 유럽연합(EU)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 집단 경제체제를 통해 국가들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세계경제 위기 이후 정치권과 경제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불평등에 대한 좌절감이 확산되고, 그에 대한 반동으로 포퓰리즘이 만연하는 이 시점에서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2차 대전 직후와 같은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의 포퓰리즘 논란에서 놓치고 있는 개념이 세계화(Globalization)와 세계통합주의(Globalism)의 차이점이다. 세계화는 기술발전과 사상, 상품, 인적 교류 확대에 따른 현상을 의미하는 데 반해, 글로벌리즘은 신자유주의적인 세계질서를 개별 국가의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이데올로기를 의미한다. 우리가 이미 세계화된 세상에 살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지만, 모든 정책이 글로벌리즘에 부합해야 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금과 같은 위기의 시점에 글로벌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으로부터 국가의 권위와 의사결정권을 되찾고자 하는 시도는 글로벌 협력이라는 명제와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다. 국가 경제를 보호주의, 국가 우선주의 정책의 틀 안에 가두지 않고, 대외적으로 개방적이면서도 국내적으로는 안정감을 찾으려면 국가지도자와 국민들 간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창안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노력이 성공적이지 못하면 자칫 민주주의의 위기로 치달을 위험도 있다. 

현재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위기들은 생태계 파괴, 다극화된 세계질서, 불평등 확산 같은 글로벌 현상들과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상황들이 인류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 여부는 기업, 지방과 중앙정부,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이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총칭되는 전례 없는 기술발전으로 인해 의료, 운송, 통신, 생산, 유통 및 에너지 등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시스템을 빠른 시간 안에 완전히 변화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관리하는 데는 다국적 협력을 위한 새로운 프레임워크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에게 적절한 기술을 가르치는 새로운 교육 모델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로봇 공학 및 인공 지능기술의 발전은 곧 생산과 소비의 경제 시스템을 공유와 케어링 시스템으로 변화시켜야 함을 의미한다.

세계화 4.0은 이제 막 시작되었지만 우리는 아직 준비가 더 필요하다.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과 기존의 제도에 매달리기보다는 기초부터 완전히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래야 때가 왔을 때 그것을 십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점차 현실화되는 가운데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세계경제가 ‘제로섬 게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자유무역과 보호주의, 기술과 일자리, 이민 허용과 시민 보호, 성장과 평등 중 하나를 택하는 이분법적 딜레마에서 벗어나 모든 가치가 동시에 추구 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변화는 특정 국가나 산업에만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매우 보편적으로 전 세계가 함께 대응하고 그 성과를 함께 누려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인류는 함께 살아남기 위한 더욱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고 새로운 세계화 규칙 아래 그것을 주도할 한층 업그레이드된 글로벌 거버넌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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