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서 기업경영의 지향점은 어디인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어떤 형태의 자본주의이며, 기업의 리더십에 어떤 기대를 할 수 있을까? 이것은 우리가 미래세대를 위해 던져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현재까지 통용되는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의 기본 원칙은 ‘회사는 돈을 투자하는 주주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주 자본주의를 통해 많은 기업이 새로운 시장 개척 및 일자리를 창출하여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그 한계와 부작용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주력 사업이나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 주주의 단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이 경제 시스템하에서 소득 양극화나 환경 파괴 같은 사회문제가 불거졌으며, 이는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마저 떨어뜨린다는 지적 또한 받았다.

‘주주 자본주의’에 기반한 기업 경영방식의 부작용들이 불거지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떠오르는 새로운 개념이 바로 이번 2020 세계경제포럼(WEF)의 키워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Stakeholder Capitalism)’이다.

여기서 이해관계자란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가 참여하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이 새로운 경영 목표를 설정하는 자리에서 언급한 고객, 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그리고 주주 모두가 포함될 수 있다. 이렇게 주주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생기며, 기업은 더 이상 주주가 아닌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한편, 사회적 책임도 수행해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자사 및 협력업체 직원의 복지, 환경보호, 지역사회 개발 같은 여러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기업의 지출이 늘어 날 수 있으며 기업 성과 측정에, 시장 가치와 더불어 고용관계, 공급자-구매자 거래 관계 등이 반영될 수 있다.

다보스 포럼 첫날, WEF 창립자 겸 회장인 클라우스 슈바프 교수는 비즈니스 리더들이 어떻게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 주어진 의무들을 수행할 수 있을지를 질문했다.

source: World Economyic Forum

로메티(Ginni Rometty), IBM 회장 겸 CEO은 4차 산업혁명이 비즈니스의 성격을 바꿔 놓았으며 가장 중요한 가치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신뢰(trust)’라고 답했다. 또, 디지털 세대의 번영을 위해 서는 포용적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참석자 페이키 시즈베스마(Feike Sijbesma), 네덜란드 국영광산기업 (Dutch State Mines) CEO 및 이사회 의장은 “우리는 길을 잃었다”며 “기업의 진정한 목표가 수익창출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사실은 대다수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그 목표이어야 했다.”라며, “지금은 모두가 혼란에 빠진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 Salesfoce 회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자본주의 시대는 끝났다.”라며, “주주 이익 극대화에 대한 집착이 기후 비상사태를 초래했으며, 우리 모두가 바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살아있는 증거다.”라고 말했다.

브라이언 T. 모니헌(Brian T. Moynihan), 뱅크오브아메리가(BOA) 회장은 “향후 10년을 이끌 트렌드는 도덕적 자본주의(moral capitalism)이며, 앞으로 사회적 흐름이 이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며, 이를 통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배려하면서도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세계는 △기후 변화 △고용 없는 성장 △부의 불평등 등의 이유로 자본주의 체제자체에 대한 신뢰가 약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클라우스 슈바프 교수는 이런 현상들로 인해 주주 자본주의가 장례식을 앞둔 것처럼 느껴진다고 표현했다. 이렇게 세계가 직면한 도전에 대한 해답으로 제시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앞으로 어떤 추가 논의를 거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수 있을 지 기대된다.